50년 하청 공장이 돼지가죽에서 찾은 매일의 답
일본 지바현 아사히시의 한 봉제공장이 50년 넘게 해외 유명 브랜드의 하청만 만들어오다가, 이번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을 건 가죽 블루종을 세상에 내놓았다. 재료로 고른 건 흔한 소가죽이나 양가죽이 아니라 돼지가죽이다. 아사히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돼지 산출액이 많은 축산 지역이지만, 고기는 활발히 소비되는 반면 해마다 40만 마리분씩 나오는 가죽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쌓여왔다. 이 소식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옷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다. 공장은 지금 주문량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처지에서, 남이 시키는 대로 만드는 일을 버리고 스스로 기획하고 파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이 격식과 일상을 가리지 않고 주 7일 걸칠 수 있는 옷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유행을 좇는 한철 옷이 아니라, 매일의 옷장 루틴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설계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국 옷 한 벌에, 공장의 생존 전환과 버려지던 지역 자원의 재발견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걸려 있는 셈이다. 옷장을 한철마다 새로 채우기보다 오래 입을 한 벌을 고르는 쪽에 가까운 독자라면, 이 소식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 공장의 이름은 소잉아사히로, 1973년 창업주인 할아버지가 세운 뒤 지금은 아버지가 사장을 맡고 있고 손자인 다카하시 아키노리 씨가 실질적인 기획을 주도한다. 그동안은 국내외 패션 브랜드의 OEM 생산이 거의 전부였는데, 의류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작년엔 100장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30장만 주문이 들어오는 식의 급격한 물량 축소를 겪었다. 이 흐름 속에서 공장은 2024년 자체 브랜드 SAC를 세웠고, 이번 돼지가죽 블루종은 마쿠아케를 통한 두 번째 응원구매 프로젝트다. 첫 프로젝트가 롱코트 계열(스텐칼라 코트, 체스터 코트)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길이를 짧게 줄인 블루종을 택했는데, 차량 이동이 많은 지방 생활 특성상 긴 옷자락이 좌석에 깔리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가죽은 미끄러지고 재봉틀이 잘 나가지 않아 다른 공장들이 꺼리는 가죽과 원단의 혼합 봉제를, 이번엔 옷깃 부분에 한정해 적용했다. 가격은 정가 4만4000엔, 가장 빠른 구매자에게는 20% 할인된 3만5200엔, 이후 단계는 15% 할인 3만7400엔과 10% 할인 3만9600엔으로 올라가며 2벌 세트는 25% 할인된 6만6000엔이다. 색상은 블랙과 차콜그레이 두 가지, 사이즈는 S부터 XL까지 네 종류로 나왔고 발송은 12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다.
왜 지금인가
이 프로젝트가 놓인 배경은 의류 업계 전반의 수요 축소다. 브랜드들이 생산 규모를 줄이면서 그 생산을 떠받치던 봉제공장들은 하청 물량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졌고, 자연히 스스로 기획하고 발신하는 자사 브랜드로 눈을 돌리는 흐름이 번지고 있다. 이 공장의 전환도 그 연장선에 있다. 동시에 재료 선택에도 역사적인 맥락이 있다. 가죽 시장에서는 소가죽이 먼저 널리 쓰이면서 어느새 가죽의 품질을 소가죽 기준으로 평가하는 관행이 자리잡았고, 그 결과 부드럽고 가벼우면서 질기다는 돼지가죽 고유의 장점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 지역에서 매년 대량으로 나오는 부산물을 다시 가치 있는 소재로 되살리려는 이런 시도는, 유행을 좇기보다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다시 찾아내려는 최근 소비 흐름과도 맞물린다. 더구나 가을과 겨울을 앞두고 나온 겉옷이라는 점, 그리고 격식 있는 자리에도 평상시에도 주 7일 걸쳐도 되는 옷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한 철 쓰고 버리는 옷이 아니라 매일의 루틴 안에 오래 자리잡을 옷을 찾는 수요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새 겉옷을 들이는 소비자라면, 유행보다 내구성과 활용 범위를 먼저 따지는 흐름이 여기에도 그대로 겹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마쿠아케 응원구매 프로젝트는 11월 6일까지 진행되며, 참여 시점이 늦어질수록 할인율이 20%에서 15%, 10%로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구조라 구매를 고려한다면 일정부터 먼저 확인하는 게 좋다. 발송은 모두 12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어 겨울이 본격화되기 전에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장 쪽은 이번 블루종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는 재킷이나 셔츠처럼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품목으로 자사 브랜드 라인을 넓혀갈 계획이다. 더 눈여겨볼 부분은 이 프로젝트가 그리는 선순환 구상이다. 돼지가죽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고향사랑기부로 그 지역 돼지고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옷 한 벌의 성공이 지역 축산 경제로까지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가 계속 주시할 지점은 결국 하나다. 가죽과 원단을 함께 봉제하는 기술이 옷깃 한 부분을 넘어 재킷 전체로 안정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옷이 한때의 화제를 넘어 실제로 누군가의 매일 입는 옷장 한자리를 오래 차지하게 되는지다. 매일 걸치는 옷일수록 소재 하나의 변화가 체감되는 법이라, 다음 계절 라인업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가 이 흐름의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