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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미우, 스포츠웨어로 다시 그린 평상복의 위계

트레이닝복이 일상이 된 시대의 옷장 다시 쓰기

SoyulEditor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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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복이 일상이 된 시대의 옷장 다시 쓰기

미우미우가 2027년 봄여름 컬렉션의 테마를 '리얼한 옷'으로 잡았다는 소식은, 하이패션 쇼가 매 시즌 던지는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쇼 직후 "스포츠웨어는 요즘 모두가 입는 진짜 옷이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레드카펫이 아니면 이제 누구도 차려입지 않는다"는 진단을 전제로 컬렉션 전체를 짰다. 이 발언이 눈에 밟히는 이유는 패션위크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아침마다 옷장 앞에서 반복하는 선택의 풍경을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이다. 체크무늬 블레이저에 운동복 탑을 받쳐 입고, 트랙팬츠에 니트를 걸치는 조합은 쇼 무대 위에만 존재하는 옷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매일 반복하고 있는 레이어링이며, 운동을 마치고 그대로 외출하거나 재택근무와 약속이 한 하루 안에 뒤섞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더 익숙한 그림이다. 바로 그 지점이 이번 컬렉션을, '새 트렌드 제안'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선택해 온 평상복 조합을 하이패션이 뒤따라와 뒤늦게 승인한 사례로 읽히게 만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통째로 갈아엎기보다 몇 가지 조합을 오래 돌려 입는 쪽을 택해온 사람이라면, 이 쇼는 질문 하나를 더 던진다. 운동복과 격식 있는 옷 사이의 경계를, 지금 이 시점에 굳이 지킬 이유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쇼는 스타디움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 플리츠를 넣은 체크무늬 스커트로 문을 열었다. 축이 되는 룩은 신축성 있는 퍼포먼스웨어 탑에 문학소녀풍 체크 블레이저를 받친 세트업인데, 스커트 밑으로는 짐 쇼츠가 비쳐 보이고, 퍼포먼스웨어는 쇼가 진행될수록 점점 짧아져 브라톱 형태로 수렴한다. 트래디셔널한 테일러링 아래에는 뉴발란스(New Balance)와 협업한 컬러풀한 스니커즈, 또는 뾰족한 하이힐을 번갈아 신겼다. 뒤로 갈수록 스포츠 요소는 더 짙어진다. 트랙팬츠에는 베이식한 니트나 테일러드 재킷을 매치하고, 극단적으로 짧은 보텀에는 셔츠나 블레이저를 얹었다. 스포츠브라는 비즈 장식을 달아 트레이닝웨어에서 이브닝 톱으로 용도를 바꿨고, 왁스 라미네이트 스웨이드에는 일부러 균열과 주름을 남겨 '이미 써서 낡은 옷'의 표면에도 반짝이는 장식과 같은 가치를 부여했다. 여기에 뉴발란스와는 테니스 선수 코코 가우프(Coco Gauff)를 위한 퍼포먼스웨어를 별도로 제작해 2025년 로마·베를린·신시내티 대회에서 실제로 착용시켰고, 랭글러(Wrangler)와는 로우라이즈 진을 공동 제안했다. 과거 시즌에 '옷에 위계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온 브랜드 철학이, 이번에는 운동복과 이브닝웨어의 경계를 아예 허무는 방식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이 나온 배경을 이해하려면 최근 1~2년 럭셔리 패션계 전반의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스포츠웨어와 테일러링을 뒤섞는 '스포츠 럭스(Sports Luxe)' 미학은 이미 2026~2027시즌 주류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럭셔리 하우스들이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을 전략적으로 늘려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테니스를 중심으로 한 '테니스코어' 트렌드가 확산되는 시점에, 미우미우가 현역 투어 선수인 코코 가우프를 위한 실전용 퍼포먼스웨어를 별도로 만들어 실제 대회에서 입히는 선택을 한 것은, 협업을 쇼 무대용 이미지로만 소비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우치아 프라다 개인으로 보면 이번 행보가 새삼스럽지 않다. 그는 1984년 나일론 백팩으로 '우아함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존 통념을 뒤집은 인물이고, 프라다 브랜드에서도 수 시즌 전부터 '옷에 하이와 로우의 서열을 주지 않겠다'는 철학을 실천해왔다. 지금 시점에 이 철학이 스포츠웨어라는, 한때 가장 '낮다'고 여겨졌던 카테고리를 통해 재확인되는 것은, 레드카펫용 드레스업이 줄어들고 평상복이 일상의 기본값이 된 변화를 하이패션이 뒤늦게가 아니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다음에 볼 것

지금 눈여겨볼 지점은 두 갈래다. 하나는 뉴발란스와의 협업 스니커즈와 코코 가우프 퍼포먼스웨어가 쇼 무대를 벗어나 실제 판매 라인으로 얼마나, 또 언제 이어지는가다. 투어 현장에서 이미 실착용이 검증된 제품이라는 점은, 단발성 협업 이미지컷보다 오래 쓰이는 제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다른 하나는 랭글러와 함께 내놓은 로우라이즈 진의 향방이다. 데님은 유행을 타는 품목이자 동시에 수년을 입는 품목이기도 해서, 이번 협업이 '이 시즌 한정 실루엣'으로 끝날지, 아니면 두 브랜드 사이에서 계속 이어지는 라인으로 자리잡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027년 봄여름 시즌이 실제 매장에 풀리는 시점은 보통 쇼 공개 후 반년 이상 지나야 하므로, 지금의 룩들이 가격표를 달고 등장할 때 어떤 조합이 가장 먼저 상품화되는지를 지켜보면 이 컬렉션이 보여주기용 쇼였는지, 오래 입을 옷을 향한 실험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복을 이브닝웨어로, 낡은 스웨이드를 장식만큼 가치 있는 표면으로 바꾸려 한 시도가 매장 선반까지 그대로 살아남는지, 그리고 이 조합을 산 사람이 한 계절이 지난 뒤에도 꺼내 입는지가 이 흐름의 진짜 시험대다. 쇼에서 본 조합이 옷장에서도 유지되는지를 지켜보는 쪽이, 이 소식을 가장 오래 써먹는 방법이다.

Miuccia PradaCoco Gauff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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