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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신발이 사진을 금지한 날

뉴발란스 990v7, 공개 전 도쿄에서 먼저 보이다

SoyulEditor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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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 990v7, 공개 전 도쿄에서 먼저 보이다

뉴발란스의 대표 러닝화 '990' 시리즈가 자사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 발표도 하기 전에 일반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월 22일로 예정된 전 세계 공개보다 열흘 이상 앞서, 도쿄 텐노즈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 페스티벌 '미트 유어 아트 페스티벌(MYAF) 2026' 현장에서 신작 '990v7'이 촬영 금지라는 조건을 달고 세계 최초로 전시된 것이다. 1982년 첫 모델이 나온 이래 43년을 이어온 시리즈가, 신제품을 세상에 알리는 방식마저 '사진으로 먼저 퍼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와서 눈으로만 보는 것'으로 바꿔 놓았다는 점이 이번 공개의 핵심이다. 누구나 휴대폰으로 찍어 몇 초 안에 퍼뜨릴 수 있는 시대에, 신발 한 켤레를 보도자료나 SNS 피드보다 먼저 관객의 눈과 코, 귀를 거치게 만든 선택은 흔치 않다. 43년째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신발이 왜 이 시점에, 왜 하필 아트 페스티벌이라는 장소를 골라 이런 방식의 첫선을 보였는지는 짚어볼 가치가 있는 질문이다. 매일 신는 신발 하나가 반세기 가까이 같은 이름을 유지하며 버전을 갈아 온 이력 자체가, 유행보다 오래가는 것의 가치를 되묻는 요즘 분위기와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무엇이 달라졌나

'990' 시리즈가 지금껏 걸어온 길을 짚어보면 이번 공개가 왜 상징적인지 보인다. 1982년 나온 990v1은 당시 가격으로 100달러를 넘는 최초의 러닝화였고, 개발에 꼬박 4년이 걸렸다. 유연성과 지지력이라는, 본래 양립하기 어려운 두 가지 성능의 균형을 끝까지 추구한 결과물이었고, 출시 첫해 판매량은 회사 예상치의 10배를 넘어섰다. 그렇게 시작된 시리즈가 v2, v3, v4, v5, v6를 거쳐 v7까지 이어지는 지금, 뉴발란스는 이 역사 전체를 텐노즈 운하에 띄운 선박 위에서 'New Balance Made in USA'라는 이름으로 다시 펼쳐 보였다. v1부터 v6까지의 실제 개발 자료와 아티스트와의 협업 기록을 나란히 두고, 그 연장선에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v7을 올려 둔 구성이다. 전시장에는 이번 행사를 위해 새로 만든 음악과 향이 함께 흘렀는데, 이는 SNS로 캡처해 퍼뜨리는 방식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신제품을 소개하겠다는 뚜렷한 의도다. 10월 11일은 이 행사 기간 중 '뉴발란스 데이'로 따로 지정돼 라이브 공연도 열렸다. 공식 발표 전 제품을 '보여주지만 기록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은 흔치 않은 선택이고, 그만큼 이 신발을 다루는 태도 자체가 이전 세대와는 달라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왜 지금인가

이 전시가 성립하게 된 배경에는 뉴발란스와 MYAF가 2년째 쌓아온 관계가 있다. 두 조직은 '그레이 데이즈'처럼 브랜드가 추구하는 회색의 깊이와 브랜드 서사를 전하는 행사를 함께 진행해 왔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에는 시리즈의 신작 발표라는 더 무거운 자리를 함께 만들었다. 뉴발란스 측은 이 관계를 단순한 스폰서십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함께 만드는 공동 창작 파트너십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뉴발란스는 MYAF의 플래티넘 스폰서이자 행사를 이끄는 리딩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고, 이번 행사의 메인 전시는 배우이자 아티스트인 모리야마 미라이가 디렉팅한 'Reflux: Signs of Resurgence'로, 신체 표현과 움직임의 변화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러닝화 브랜드와 신체 표현을 다루는 아트 페스티벌이 만나는 지점은 결국 '몸을 쓰는 방식'이라는 공통분모다. 150개가 넘는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행사 규모 안에서, 신발 한 켤레를 단순 신상품이 아니라 40여 년을 이어온 철학과 장인정신의 산물로 소개하려는 뉴발란스의 선택은, 패션과 아트의 경계가 흐려지는 요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가을 시즌 새 러닝화 라인업이 쏟아지는 시점에, 역사와 서사를 먼저 보여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한 셈이다.

다음에 볼 것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일정은 분명하다. MYAF 2026은 10월 12일 월요일까지 도쿄 텐노즈 일대에서 계속되고, 이 기간에 현장을 찾은 사람만 촬영 없이 990v7을 직접 볼 수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정식 정보 해제는 10월 22일로 예정돼 있어, 그때 가격과 세부 사양, 디자인 디테일까지 한꺼번에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신발 자체의 스펙보다, 뉴발란스가 이 시리즈를 어떤 태도로 다루고 있는가다. 40여 년간 같은 이름을 유지하면서도 매 세대 유연성과 지지력의 균형을 다시 조율해 온 시리즈라는 점에서, v7 역시 성능보다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라는 본래 약속을 얼마나 지켰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뉴발란스와 MYAF의 협업이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짚어둘 만하다. 2년째 이어진 관계가 이번처럼 신제품 공개라는 더 큰 역할로 확장된 만큼, 앞으로도 아트와 브랜드 서사를 엮는 방식의 행사가 계절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10월 22일 공개 이후 실제 리테일 출시일과 가격이 따라붙을 것이고, 그 시점에 이 신발이 매일 신는 운동화로서 얼마나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를 다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오래 쓸 물건일수록 그 수명과 변화 속도를 지켜보는 안목이 구매 결정보다 먼저 와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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