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켜본 단골들의 옷차림이 컬렉션이 됐다
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에서 10년째 한자리를 지켜온 멀티브랜드 스토어 Cafe Forgot이 처음으로 자체 컬렉션 'Forgot by Cafe'를 선보였다. 2016년 고등학교 패션 클럽에서 만나 함께 리드 칼리지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베스트프렌드, 비타 하스와 루시 와이즈너가 연 이 작은 가게는 그동안 매장 운영자이기보다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안테나 역할을 해왔다. Zoe Gustavia Anna Whalen과 All is A Gentle Spring, Gabe Gordon처럼 지금은 인디 패션계의 기둥이 된 브랜드들이 모두 이곳을 거쳐 이름을 알렸고, 14번가 아래 동네에 살거나 옷을 좋아하는 뉴요커라면 한 번쯔 들러봤을 법한 '컬트' 스토어로 자리 잡았다. 이번 컬렉션이 눈에 띄는 이유는 신상품 출시 자체가 아니라, 10년 동안 손님과 직원의 옷차림을 지켜본 두 사람이 그 관찰을 직접 옷으로 옮겼다는 점에 있다. 유행을 좇아 매 시즌 통째로 바뀌는 옷이 아니라, 계절이 넘어가도 계속 꺼내 입게 되는 옷을 만들겠다는 선언이기도 해서, 옷장을 어떻게 오래 꾸려갈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그동안 Cafe Forgot은 남의 옷, 즉 다른 디자이너의 작업을 고르고 소개하는 역할에 집중해 왔다. 매장을 채우는 라인업을 고르는 안목으로 10년을 버텨온 가게이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Forgot by Cafe'는 그 반대 방향의 시도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구성은 폴드오버 팬츠, 레이어드 세퍼레이츠, 후디 드레스, 소프트 레이어링 피스, 러시드 플리츠 등으로, 언뜻 보면 평범한 기본템처럼 보이지만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보송한 털실 스카프나 고양이 패턴 스카프, 중세풍 소매처럼 장식적인 요소가 베이식 실루엣 위에 얹혀 있어서, 뼈대는 단순해도 자세히 보면 눌러앉지 않는 옷이다. 두 사람은 이 옷들을 "직원과 인턴, 손님들이 실제로 어떻게 입는지"를 10년간 지켜본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즉 신상품 트렌드를 조사해서 만든 옷이 아니라, 매장을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 착장을 축적해서 걸러낸 결과다. 미학적으로는 프티바토, 아네스베 식의 깔끔한 단순함과 피오나 애플, 마지 스타, 코리 케네디 식의 흐트러진 뉴욕 에너지를 동시에 참조했다고 밝혔는데, 이 조합 자체가 꾸미지 않은 틈이 있으면서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두 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런 디테일은 매일 입어도 질리지 않는 옷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읽힌다. 베이식이라는 틀 안에서 매번 조금씩 다른 포인트를 주는 방식은, 결국 옷장 회전율을 낮추면서도 매일의 착장에는 변주를 주려는 접근에 가깝다.
왜 지금인가
이 컬렉션의 발표 시점도 눈에 걸리는 지점이다. 캠페인은 종이인형 옷 입히기 게임 같은 일러스트와 개학철 분위기를 담은 영상으로 구성됐는데, 정확히 계절이 바뀌는 때에 맞춰 공개됐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며 옷장을 다시 꾸리는 시점, 즉 사람들이 실제로 레이어링 아이템을 꺼내 드는 때를 겨냥한 셈이다. 인디 패션 씬에서 셀렉트숍이 자체 라인을 내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10년이라는 시간을 쌓은 가게가 그 시간을 관찰 데이터로 설명하며 런칭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보통은 신상 브랜드 발굴 능력을 내세우던 가게가, 이제는 그 안목을 자기 손으로 만든 옷에 옮겨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는 또한 매장 하나를 10년 꾸준히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요즘 소매업에서 드문 일이라는 맥락과도 맞물린다.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뜨고 사라지는 브랜드가 많은 가운데, 꾸준히 같은 자리를 지키며 고객과의 관계를 쌓아온 가게가 그 축적을 결과물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오래 가는 것과 새로 만드는 것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특히 이 가게는 매장 운영과 콜래보레이션, 온라인숍까지 동시에 꾸려온 터라, 새 라인을 더하는 일이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점은 단순히 날씨가 바뀌어서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번 시즌엔 뭘 더 사야 하나'를 고민하는 순환 주기와도 맞아떨어진다. 매 시즌 옷장을 통째로 새로 채우는 대신 기존 옷에 몇 가지를 더해 넘기는 소비 방식이 자리잡는 흐름과도 맥을 같이한다.
다음에 볼 것
현재 'Forgot by Cafe'는 러드로우 스트리트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숍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두 사람은 기존에 해오던 다른 브랜드와의 콜래보레이션과 온라인숍 운영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시 와이즈너는 이번 작업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도 러드로우 스트리트 매장과 콜래보레이션, 온라인숍을 동시에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Forgot을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니 그 모든 과정이 보람 있었다고 전했다. 이 말에서 드러나듯, 이번 컬렉션은 단발성 캡슐 라인이 아니라 매장 운영의 연장선에서 계속 다듬어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베이식 라인이 매장이 오랫동안 쌓아온 신진 디자이너 발굴이라는 정체성과 어떻게 공존할지, 다른 하나는 이 옷들이 실제로 계절을 넘겨 가며 오래 입히는 옷으로 자리잡을지다. 셀렉트숍이 자체 라인을 내는 시도는 종종 반짝 화제성에 그치지만, 10년을 쌓은 관찰력이 바탕이라면 다음 시즌에도 같은 방식으로 라인업을 넓혀갈지 지켜볼 가치가 있다. 매장을 꾸준히 들르던 손님이라면, 다음에 방문했을 때 예전부터 알던 얼굴들이 입고 있던 옷이 매대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가격대나 추가 품목 공개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콜래보레이션과 온라인숍을 함께 꾸려온 전례를 보면 이번 라인도 한 번에 끝나지 않고 꾸준히 보강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