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커밍과 데뷔, 카메오가 겹친 밀도 높은 한 주
런던 패션위크 SS27이 지난주 막을 내렸다. 9월 쇼 시즌은 한 해 중 캘린더가 가장 촘촘하게 채워지는 시기인데, 이번 시즌은 그 안에서도 유난히 밀도가 높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런웨이 공식 일정 외에도 프레젠테이션, 전시, 파티, 토크까지 겹쳐 하루에도 여러 브랜드의 소식이 동시에 쏟아졌고, 그만큼 놓치기 쉬운 시즌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컬렉션을 다시 연 브랜드, 이른바 홈커밍과 처음 무대에 오른 신진 디자이너의 데뷔, 그리고 런웨이 위 예상 밖의 얼굴들인 캐트워크 카메오가 같은 주에 뒤섞이면서, 이번 SS27은 무엇을 봤는가보다 무엇을 놓쳤는가를 되짚어야 하는 시즌으로 남았다. 하루에 소화하기 어려운 일정이었던 만큼, 화제가 다 가라앉은 지금이야말로 무엇이 잠깐의 소음이었고 무엇이 다음 계절까지 남을 흐름인지 차분히 정리해볼 시점이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 시즌에서 눈에 띄는 흐름 중 하나는 셀라시(Selasi)의 컬렉션이다. SS27 갤러리로 공개된 19장의 이미지는 이번 시즌 런웨이 중에서도 유독 주목받은 순간으로 꼽힌다. 여기에 멀버리(Mulberry)와 크리스토퍼 케인(Christopher Kane)처럼 이미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같은 시즌 안에 함께 놓이면서, 신진과 기존 브랜드가 한 캘린더 위에서 나란히 평가받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예년의 런던 패션위크가 신진 디자이너 발굴의 장으로 더 자주 언급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SS27은 오랜 이름들의 복귀와 재정비가 함께 부각된 시즌이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하나의 쇼만 보고 시즌 전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같은 주에 열린 다른 브랜드의 선택과 나란히 놓고 봐야 그 방향이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신진의 데뷔가 화제성을 만들고 기존 브랜드의 복귀가 방향을 잡아주는, 두 축이 같은 주에 함께 움직인 시즌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다. 결국 이번 SS27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새 얼굴과 오래된 이름이 같은 무대 위에서 서로를 검증한 시즌이라는 점일 것이다.
왜 지금인가
런던 패션위크가 9월에 열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SS27, 즉 내년 봄여름 컬렉션을 봄옷이 필요해지기 전에 유통과 바잉 일정에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캘린더가 매년 더 촘촘해지고 있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체감된다. 런웨이, 프레젠테이션, 전시, 파티, 토크가 같은 주에 몰리면 브랜드 하나하나의 메시지가 오히려 묻히기 쉽다. 이번 시즌 홈커밍과 데뷔, 카메오가 동시에 화제가 된 것도 이 밀도 때문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조용한 주보다 시끄러운 주에 발표해야 눈에 띄는 역설이 생기고, 독자 입장에서는 그 소음 속에서 결국 남을 이름을 골라내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을 다시 정리하게 되는 것처럼, 패션위크가 끝난 이 시점도 한 시즌의 정보를 걸러내는 환절기라고 볼 수 있다. 밀도 높은 한 주를 통과한 지금이야말로 그 안에서 무엇이 실제로 다음 시즌까지 이어질지 가려낼 시점이다. 매 시즌 반복되는 이 밀도 자체가, 정작 옷을 고르는 사람에게는 판단을 미루기보다 서두르게 만드는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다음에 볼 것
지금 확인해볼 만한 것은 셀라시, 멀버리, 크리스토퍼 케인 세 브랜드의 SS27 룩이 실제 매장과 온라인에 언제 어떤 형태로 풀리는지다. 런웨이 공개와 실제 판매 사이의 시차는 브랜드마다 다르고, 그 사이에 룩이 얼마나 다듬어지는지를 보면 이번 시즌 화제성이 실제 소비로 이어질지 가늠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시즌 언급된 홈커밍과 데뷔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는 흐름인지, 아니면 이번 한 번의 이벤트성 복귀였는지도 지켜볼 지점이다. 패션위크는 매 시즌 소음이 크지만 결국 옷장에 오래 남는 것은 소수다. 화려한 런웨이 사진보다 실제로 다음 계절, 그다음 계절까지 반복해 언급되는 이름이 무엇인지를 따라가 보는 편이 이 시즌을 소비하는 더 오래가는 방법이다. 유행을 좇기보다 한 시즌 지나서도 다시 꺼내 입을 만한 것을 고르는 눈이, 이런 밀도 높은 시즌일수록 더 필요하다. 다음 시즌 캘린더가 돌아왔을 때 이번 SS27의 이름들이 다시 언급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엇이 유지할 가치가 있었는지는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