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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길 아이팟이 만든 뜻밖의 음악적 뿌리

13년 전 이어폰 속 노래, 지금의 무대를 만들다

SoyulEditor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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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이어폰 속 노래, 지금의 무대를 만들다

라고스 외곽 레키의 한 고등학교,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했던 열두 살 소녀의 손에 삼촌이 쥐여준 아이팟 한 대. 그 안에 무작위로 담긴 곡들 중 런던 싱어송라이터 케이트 내시의 노래가 섞여 있었다는 사실 하나가, 지금 3천만 명이 넘는 월간 청취자를 거느린 글로벌 스타 뎀스의 음악적 뿌리를 설명한다. 최근 런던 올 포인츠 이스트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오른 뎀스와, 데뷔 앨범 메이드 오브 브릭스 발매 20주년을 맞아 신곡을 준비 중인 내시가 이번에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는 소식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두 사람의 음악적 인연이 오래도록 한쪽의 일방적 존경으로만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통학길마다 반복해서 듣던 노래, 그 익숙한 루틴이 한 사람의 평생 커리어를 결정짓는 순간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 만남은 단순한 인터뷰 기획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무엇이 달라졌나

뎀스가 자란 환경을 보면 이번 만남의 무게가 더 선명해진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해안 교외 레키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뎀스는 스스로를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한 아웃사이더로 묘사해왔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이해받는다는 감각을 준 것이 2007년 히트곡 파운데이션스로 알려진 내시의 음악이었다. 열두 살에 삼촌에게 받은 아이팟 속 무작위 플레이리스트에 내시의 메이드 오브 브릭스 수록곡들이 섞여 있었고, 마우스워시나 마리엘라 같은 곡의 피아노 편곡을 들으며 뎀스는 처음엔 그 곡들을 따라 치는 것으로 피아노를 독학했다. 아홉 살 때부터 곡을 쓰긴 했지만, 자신만의 편곡을 시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내시였다는 것이다. 지금 뎀스를 상징하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갈라지고 부서지는 순간까지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보컬 스타일인데, 이 날것의 진정성이 내시의 고백적인 콕니 억양 창법에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는 점이 이번 기사가 짚어낸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한쪽은 2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한쪽은 그 과거의 영향을 현재 자신의 목소리로 증명하고 있다.

왜 지금인가

이 만남의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내시에게는 메이드 오브 브릭스 20주년이라는, 자신의 초기 작업을 다시 조명받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마련되어 있고, 신곡 발표까지 앞두고 있어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활동을 잇는 서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뎀스에게는 그동안 여러 인터뷰에서 이미 내시를 초기 영향으로 꼽아왔지만 정작 두 사람이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는 공백이 있었고, 그 공백을 메우기에 지금만큼 좋은 시점이 없다. 뎀스가 월간 청취자 3천만 명을 넘기고 런던 올 포인츠 이스트 같은 대형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설 만큼 커리어가 정점에 오른 지금, 그가 자신의 뿌리를 스스로 밝히는 행보는 단순한 홍보 이상의 신뢰를 만든다. 음악 산업에서 신인 아티스트가 롤모델을 언급하는 경우는 흔하지만, 그 롤모델과 실제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구나 두 사람은 배경도, 음악적 색깔도, 활동 무대도 전혀 다른 아티스트다. 나이지리아 출신 알앤비 보컬리스트와 런던의 인디 포크 싱어송라이터라는 조합이 성립한다는 사실 자체가, 좋은 음악은 지리적 경계나 장르의 벽을 넘어 한 사람의 통학길 이어폰 속에서도 얼마든지 뿌리내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에 볼 것

당장 확인할 것은 내시의 메이드 오브 브릭스 20주년 기념 활동과 새로 예고된 신곡이 언제, 어떤 형태로 공개되는지다. 20주년 기념반이 리마스터나 특별판으로 나올지, 신곡이 과거 사운드로의 회귀인지 새로운 방향 전환인지에 따라 이번 만남이 갖는 의미도 달라진다. 뎀스 쪽에서는 올 포인츠 이스트 헤드라인 무대 이후 다음 행보, 특히 내시와의 대화에서 나온 영향 관계가 향후 신곡 작업에 어떤 식으로 드러날지가 관전 포인트다. 열두 살 아이팟 속 무작위 재생목록이 한 사람의 평생 음악 언어를 결정지었다는 이번 이야기는, 오래 곁에 두고 반복해서 접한 것이 결국 가장 깊은 자리에 남는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유행처럼 스쳐가는 추천곡이 아니라 통학길마다 매일 되풀이해 듣던 몇 곡이 한 사람의 정체성을 빚어냈다는 사실은, 무언가를 오래 곁에 두고 반복하는 행위 자체가 갖는 힘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두 아티스트의 이번 만남이 일회성 화제로 끝날지, 아니면 실제 협업이나 후속 프로젝트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세대의 리스너에게 영감을 준 노래가 다음 세대의 목소리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흐름만큼은 분명하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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