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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퍼재팬이 굳이 받은 B콥 인증, 81점이 말해주는 것

97.8점 본사와 81점 일본, 격차가 보여준 것

SoyulEditor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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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점 본사와 81점 일본, 격차가 보여준 것

스페인 신발 브랜드 캄퍼의 일본법인이 최근 B콥(B Corp) 인증을 받았다. 받은 점수는 81점이다. 이 소식이 눈에 띄는 이유는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인증을 받은 방식에 있다. 캄퍼는 이미 2022년에 스페인 본사가 같은 인증을 취득해 지금은 97.8점까지 점수를 끌어올린 상태다. 보통은 글로벌 본사가 인증을 받으면 그 브랜드 전체의 이야기가 거기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세계 곳곳에 퍼진 개별 법인들이 따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같은 심사를 다시 받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캄퍼재팬은 이미 본사가 검증받은 값을 굳이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스스로 자처했다. 매일 아침 별다른 고민 없이 신고 나가는 신발, 그 가장 일상적인 물건을 만들고 파는 회사가 노동 환경과 지역사회와의 관계,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낱낱이 다시 점검받기로 한 셈이다. 오래 신을 신발 한 켤레를 고르는 사람이라면, 그 신발을 만드는 회사가 스스로를 어떤 기준으로 점검하고 있는지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정보가 되어가고 있다. 제품 자체의 디자인이나 내구성만큼이나, 그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매년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되짚어보는지가 오래 곁에 둘 물건을 고르는 기준으로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는 흐름이기도 하다.

무엇이 달라졌나

이번에 캄퍼재팬이 받은 B콥 점수는 81점이며, 다섯 개 항목으로 나뉘어 있다. 거버넌스(기업 지배구조) 7.7점, 종업원 22.7점, 커뮤니티 8.9점, 환경 39.7점, 고객 1.7점이다. 총점만 보면 인증 기준선을 무난히 넘긴 숫자처럼 보이지만, 항목별로 뜯어보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환경 항목에서만 39.7점을 받아 전체 점수의 절반 가까이를 이 한 항목이 채웠고, 반대로 지역 커뮤니티 항목은 8.9점에 그쳤다. 스페인 본사는 2022년 인증 당시 이미 83점으로 출발해 지금은 97.8점까지 올라와 있으니,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면 두 법인 사이에 약 17점의 격차가 있는 셈이다. 다만 회사 규모나 사업 구조에 따라 평가 카테고리 자체가 본사와 일본법인 사이에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이 점수를 곧바로 한 줄로 세워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그래도 어느 항목이 상대적으로 약한지는 이번 평가로 분명해졌다. 캄퍼재팬은 스페인 브랜드를 일본에 들여와 판매하는 구조로 오랫동안 사업을 해왔고, 그 과정에서 정작 일본이라는 지역사회에 무엇을 돌려줬는지를 묻는 항목에서는 그동안 쌓아온 실적이 많지 않았다. 기부나 지역 공헌과 관련한 세부 항목에서는 거의 점수를 얻지 못했는데, 이는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회사의 빈틈을 숫자로 구체화해 보여준 결과라 할 수 있다.

왜 지금인가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스페인 본사가 오랫동안 쌓아온 실천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캄퍼 본사는 근거지인 마요르카 섬에서 매출의 1퍼센트를 지중해 보호 단체 세이브 더 메드(Save the Med)에 꾸준히 기부해왔고, 장애인 지원 단체 에스멘트(ESMENT)와도 오랜 기간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코로나 시기에는 사내식당 공간을 장애인 지원 단체에 내주고 자사 신발을 기부했으며, 밑창 시제품 제작에 쓰던 3D프린터로 안면 보호구를 만들어 병원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런 행보가 오랜 시간 쌓여 본사의 점수를 밀어올린 배경이 됐다. 반면 일본법인은 본사 브랜드를 들여와 판매하는 역할에 오래 집중해온 사업 구조 탓에, 같은 종류의 지역 밀착 활동을 쌓을 기회 자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도 지금 시점에 굳이 인증을 받으러 나선 이유는, 인증 그 자체보다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는 데 있다. 본사 담당자 역시 인증 취득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앞으로 회사가 개선해야 할 지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마다 새로운 신제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보다, 브랜드가 오래도록 지켜온 태도를 스스로 확인하고 부족한 지점을 인정하는 절차 쪽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창업 당시 카탈루냐어로 농부를 뜻하는 이름을 쓰고, 농촌과 도시를 잇는 다리를 로고로 삼았던 브랜드의 출발점을 떠올리면, 이번 인증도 그 연장선에서 나온 선택에 가깝다.

다음에 볼 것

당장 남은 과제는 뚜렷하다. 이번에 낮게 나온 커뮤니티 항목 점수를 다음 평가 때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본사가 오랫동안 해온 매출 1퍼센트 기부나 지역 단체와의 파트너십 같은 모델을 일본 상황에 맞게 옮겨올 수 있을지, 아니면 도쿄를 비롯한 일본 지역사회 사정에 맞는 새로운 방식을 스스로 찾아낼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회사 쪽도 마요르카에서 해온 활동을 일본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본사가 가진 방향성과 보조를 맞추되 일본에서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을 가능한 한 실천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콥 인증은 한 번 받고 나면 끝나는 표식이 아니라 일정 주기로 다시 심사를 받아야 유지되는 인증이라, 다음 재인증 시기에 커뮤니티 항목 점수가 실제로 움직였는지를 지켜보면 이 회사가 이번 발표를 얼마나 진지하게 이어갔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글로벌 본사만 인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흔한 업계 관행 속에서, 로컬 법인이 따로 같은 절차를 밟은 이번 사례가 비슷한 구조를 가진 다른 브랜드의 일본 지사에도 참고할 만한 선례로 남을지도 함께 지켜볼 대목이다. 매일 신는 신발 한 켤레 뒤에 어떤 기준이 쌓여 있는지가, 앞으로는 디자인이나 가격 못지않게 눈여겨볼 만한 정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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